기타

주예림 - So, get him

맑은파랑 2017. 3. 30. 23:06

 

시험 준비할 때 우연히 봤던 단편영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소개팅에 대한 영화고, 총 4분으로 짧지만 구성도 특이하고 압축적이다.

시점은 앉아있는 남자 시점으로 고정되어 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소개팅녀가 카페로 들어오더니 말들을 정신없이 쏟아낸다. 외모 얘기부터 시작해서 대학 이야기, 진로 이야기, 방황했던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인생을 훑어가더니 '우리의 최종 목표는 부모님 노후 대비이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게 3분동안 자신의 인생, 삶의 철학, 가치관, 현재 하고있는 생각들을 브리핑하다가 혼자 빵터진다. '아무말대잔치'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공부를 하고 돌아와 자기전에 폰을 하다가 이 황당한 단편영화를 발견하고선 몇번이나 다시 봤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다시 보니 소재도 재밌었을 뿐만 아니라, 3분동안 했던 말들도 대학생들이 많이 하는 고민들의 압축판이어서 더 인상깊었던 것 같다. 막상 나는 소개팅을 나가면 알 수 없는 긴장과 부담감에 빠져 내 모습을 잃어버리곤 하는데, 영화에서는 4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놓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했다. 나도 방황중인가 싶다.